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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점령한 파괴적 기업의 등장 : 기회인가, 위기인가? ①

2024-12-10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바로 핀란드의 제조 기업인 '노키아(NOKIA)'인데요. 오랜 기간 부동의 1위를 유지하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0년대 이후 퇴조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노키아는 스마트폰 관련 여러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혁신 기업으로 수차례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기술력에 문제가 있어서 뒤처진 것이 아니었는데요. 하버드 경영대학원 테이셰이라(Teixeira) 교수는 '고객의 욕구에 집중한 기업들에 의해 파괴당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장을 순식간에 점령하는 '파괴적 기업'이란 무엇이며, 파괴의 핵심 원리는 무엇인지, 두 편의 시리즈 콘텐츠로 담아보겠습니다. 

 

[시리즈 미리보기 👀]

① 파괴적 기업의 핵심 원리, 디커플링 (→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어요!)

② 파괴적 기업에 대한 대응책 그리고 활용안

 


 

 

노트북, 어떻게 사세요? 💻

 

예전에는 전자제품 판매점을 직접 방문해 전시 제품을 구경하고, 직원의 도움을 받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신상품과 특가에 대한 정보를 얻고, 각 제품의 차이와 장단점을 확인하여, 최종 구매 결정을 내리는 모든 과정이 한 공간에서 이뤄졌었지요.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체험해 본 후, 온라인 검색을 통해 최저가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는 이유도 모든 제품을 다 둘러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미 사용 후기 등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마음에 드는 몇 가지 제품을 추린 상태이니까요. 직원보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고객도 있습니다. 직원의 말솜씨와 친절함이 곧 매출 성과를 좌우하던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이처럼 전자제품 구매 풍속도가 바뀐 데에는 시장의 판도를 뒤엎는 파괴적 기업의 등장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은 구매 전에 가격을 비교하는 쇼핑 문화를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 쇼핑 고객이 품명으로 검색하거나 바코드 스캔, 사진 촬영으로 아마존 쇼핑몰에 등록된 제품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품은 매장에서 직접 보고, 실제 구매는 아마존에서 진행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 파괴적 기업 덕분에 '제품을 평가하고, 선택하고, 구매하고, 소비하는' 전형적인 고객의 가치사슬(CVC, Customer Value Chain)이 깨졌습니다. 아마존은 사슬의 중간 단계를 과감히 장악했고, 고객은 이를 반기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얻는 것이니까요. 울상을 지은 것은 기존 시장을 독점하거나 과점하던 기업뿐입니다. 

 

 

 

치밀한 전략의 정수, 디커플링 🚕

 

하버드 경영대학원 테이셰이라 교수는 8년간 수백 개 대기업과 신흥 기업을 집요하게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디커플링(decoupling)'이라는 패턴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디커플링의 문자 그대로 해석은 '해체하기', '끊어내기'입니다. 테이셰이라 교수는 특별한 기술도 없는 트위치나 에어비앤비 등의 기업이 공격적인 디커플링만으로 거대 기업이 되었다고 말하는데요. 특정 산업, 카테고리에서 고객의 가치 사슬을 살펴본 후 고객이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 단계를 낚아채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입니다. 

 

택시 업계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과거에 우리가 택시를 이용하던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거리로 나가 '빈차' 표시등에 불이 켜진 택시를 보면 손을 흔들어 세웠습니다. 택시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던 기억, 택시를 찾아 큰 도로로 멀리 걸어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겨우 택시를 잡았는데 방향이 안 맞다며 승차를 거부당한 경험,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게 새치기 당한 억울한 경험도 있습니다. 정체가 심한 길, 빙빙 돌아가는 길로 운행하는 바람에 바가지 요금을 뒤집어 쓰는 일도 적지 않았지요. 이처럼 택시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고객은 여러 불편을 느껴야 했습니다. 

 

① 나는 운전사 없이 직접 운전하고 싶은데, 차량만 빌려 쓸 수 없을까?

② 내가 원하는 시간에 예약해서 택시를 이용할 수 없을까?

③ 승용차가 아닌 다인승 차량을 이용할 수 없을까?

④ 출발지와 목적지를 미리 공유하고 최적 경로로 이동할 수는 없을까?

⑤ 돈을 좀 더 내더라도 프리미엄 운행 서비스를 누릴 수 없을까?

 

혜성처럼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는 기업이 나타납니다. 차를 구매하지 않아도 차량을 잠시 이용할 수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차량을 반드시 소유해야 하는 사슬이 끊어집니다. 택시 배차 서비스가 생겨나 택시를 호출하고, 예약하고, 차량을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적으로 운에 맡기던 배차 및 운송 서비스 품질의 가치 사슬이 산산이 끊어졌습니다. 

 

 

 

시장 파괴를 통한 파괴적 혁신 ☄️

 

디스럽션(Disruption)은 기존 제품의 개선을 넘어, 핀테크나 자율주행차와 같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며 시장을 뒤흔드는 혁신을 뜻합니다. 반면, 디커플링은 기존의 시장 점유 기업이 온전히 관리하던 고객의 가치사슬 일부를 분리하여, 하나 또는 몇 개의 단계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디스럽션처럼 세상에 없던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숨은 욕구를 충족함으로써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죠!

 

테이셰이라 교수는 일부 사례에서 디커플링 비즈니스 모델이 신기술보다 더 파괴적인 변화를 가져오며, 디커플링의 결과로 디스럽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특히 전 세계 모든 업계에서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업은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고객이 원하는 가치에 더 많이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고객이며, 고객은 자신의 이익을 향유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디커플링이 놀라운 기술도, 최고의 품질도 아닌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를 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되니까요. TV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이 1%대로 급락했는데, 유튜브 앱의 사용시간은 2019년 이후 매년 증가하여 2024년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이 40시간1)을 넘었습니다. 전 세계 숙박 시장의 약 26%2)를 차지하는 것도 유명 호텔 체인이 아닌 숙박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원리를 이해한다면, 효과적 대응도 역공할 기회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1)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유튜브 앱 월간 사용시간 추이, 2024 1

2) 앱토피아(Apptopia), 2022 

 


 

 

이어지는 2편 콘텐츠에서는 디커플링 기업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이며, 디커플링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상세 방안을 담았습니다.

2편 콘텐츠 [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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