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에도 우리나라 경제는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진행한 연례협의(Article IV) 결과 자료에서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0%로 전망했는데요. 2024년 경제 성장률은 기존 2.5%에서 2.2%로 0.3%p 하향 조정됐습니다. 올해도 어려웠지만 내년은 올해보다 성장 가능성이 더 낫게 점쳐지는 상황인데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만큼 고객의 지출도 더욱 인색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픈서베이가 최근 발표한 '2024 소비 트렌드 분석'에서도 10명 중 8명이 "현재 한국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한다(77.3%)"라고 답했는데요. 국내외 환경은 불확실하고, 드라마틱한 경제 정책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커머스 기업들은 어떻게 고객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설득해야 할까요? 몇 가지 트렌드 분석 자료를 기반으로 2025년 고객 트렌드와 대응 방안을 살펴보겠습니다.
2025 소비 패러다임 : 다각형 소비 경향💡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지난 11월 발표한 '2025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리포트'에서 내년도 한국 소비자가 '다각형 소비(Wiser Wallets)' 성향을 두드러지게 보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각형 소비란 우선순위와 미래 가치를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거나 심리적 만족을 위한 충동 구매는 줄이고, 비용과 경험, 제품의 장기적 가치 등 모든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계획 소비를 하는 고객이 늘어나리라는 전망입니다. 오픈서베이 조사1)에서도 2명 중 1명꼴로 "가전, 명품 등 고가 제품 구매를 줄이고 있다(49.0%)", "세일, 핫딜, 프로모션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있다(54.4%)"고 답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같은 절약 트렌드는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2023년에는 극도의 가성비를 추구하는 '짠테크 소비(Budgeteers)' 경향이 뚜렷했고, 2024년에는 가격과 품질을 더욱 꼼꼼히 따지면서 절약 활동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밸류 해커(Value Hackers)'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2025년 새해에는 제품의 여러 측면을 다각도로 고려한 계획 소비가 트렌드로 안착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과 브랜드는 단순히 가격으로 승부할 것이 아니라 경험과 비용, 성능, 미래 가치 등 복합적인 가치를 선사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합니다.
USP를 위한 전략적 키워드 3가지🔱
다각형 소비 경향을 뚜렷이 보일 고객에겐 어떤 USP(Unique Selling Point, 상품의 고유 셀링 포인트)로 매력을 극대화해야 할까요? 국내와 글로벌 고객 트렌드 인사이트에서 공통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세 가지 주요 키워드를 정리했습니다.
① 건강 - #건강수명 #웰에이징 #웰니스
단순히 장수하는 것을 넘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상태로 오래 살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로모니터는 2025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로 '웰 에이징(Well-aging,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기)'을 꼽았는데요. 삶의 모든 단계를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과 그와 관련된 소비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픈서베이가 확인한 2024 소비 트렌드에서도 응답자의 67.2%가 "더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는데요. 특히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질병 예방과 면역력 향상에 대한 인식이 강화된 상태입니다. '개인화'를 접목해 맞춤형 건강 솔루션이나 특정 문제 개선에 집중한 상품을 제공한다면 얼어붙은 고객의 마음을 더 쉽게 녹일 수 있을 것입니다.
② 지구 - #기후감수성 #에코로직 #지속가능성
2024년 7월 21일, 이날은 세계기상기구(WMO)가 1940년부터 기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지구 지표면의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날로 기록됐습니다. 지구 환경에 대한 경고는 꽤 오래전부터 언급돼 왔지만, 올해 살인적인 더위가 지속되면서 실제적 위협으로 다가온 것인데요. 에코 로직(Eco Logical)2) 트렌드에 따라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자 하는 고객 니즈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진행한 설문3) 결과에서도 90.7%의 고객이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고, 95.3%의 고객이 "가격이 더 높더라도 지속가능한 제품을 선택하겠다"고 답했습니다.
③ 경험 - #물성매력 #체험경제 #콘텐츠커머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비물질의 시대에서 고객은 여전히 체험할 수 있는 물성(物性)의 어떤 것을 원합니다. 체험형 팝업스토어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고, 유명 유튜버가 직접 제작한 굿즈가 품절 행진을 이루는 것도 이 때문인데요. 디지털 공간에서 사랑받은 캐릭터와 이야기가 있다면, 경험 가능한 물성을 부여해 고객이 그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험경제(Experience Economy)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고객들은 상품의 고유한 특성에서 가치 있는 경험을 하길 원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콘텐츠와 상품을 연계해 구매하는 '콘텐츠 커머스'가 부상하리라는 예측도 복수의 리포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재미와 경험을 추구하는 고객들은 콘텐츠가 가미된 숏폼과 라이브 커머스에서 기분 좋게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습니다.
뱀처럼 섬세한 감각으로🐍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뱀처럼 섬세한 감각(SNAKE SENSE)'을 언급했습니다. 책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대부분 경제 전문가들이 내년에도 지지부진하고 답답한 경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답답한 흐름이 지속되면서 작고 민감한 것들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놀랄만한 성장 가능성을 찾기 위해 모든 측면을 살펴봤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김 교수는 "세세하고 작은 차이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25년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이커머스 기업과 마케터는 정말 뱀처럼 예민한 감각과 섬세한 전략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1) 오픈서베이, 경기 인식에 대한 소비자 조사 2024. 10
2) 환경친화적인, 환경에 관심을 가진
3) 한국소비자원, 비교 공감 품질 비교정보 효과성 분석 보도자료 2023. 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