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팅에 특화된 생성형 AI 도구가 처음 나왔을 때,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몇 가지 문구를 주문한 적이 있습니다. 번듯한 이메일 바디를 뚝딱 만들어 내고, SNS 콘텐츠용 피드 문구도 이질감 없이 만드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런데 그 카피를 바로 사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 브랜드의 VOICE & TONE에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생성형 AI 도구는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일수록 '특유의 멋'을 살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 입니다. AI가 끝끝내 흉내 낼 수 없는 브랜드 고유의 UX 라이팅 능력. 이 능력이 필요한 모든 마케터와 브랜딩 담당자를 위해 몇 가지 실용 팁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짧아서 더 좋은 시리즈 전체보기 👀]
① 필수 기본 원칙 + VOICE & TONE 가이드 (→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어요!)
② VOICE & TONE 실전 사례 + 고려해 볼 점들
1. 반드시 준수해야 할 기본 원칙
애플의 UX 라이터들은 2022년 'Writing for interfaces'라는 영상에서 PACE라는 4가지 핵심 글쓰기 프레임워크를 설명했습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고, 고객이 우리 서비스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4가지 원칙을 세운 것인데요. 그 원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목적성(Purpose) "고객은 무엇을 알아야 할까?"
현재 화면에서 고객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 화면, 즉 현재 페이지의 존재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화면에 들어갈 글을 쓸 때, 이 페이지에서 고객이 발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여 고객의 요구에 응답해야 합니다. 여러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면 정보의 계층 구조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화면에서 요소를 정렬하는 법칙을 만드는 것인데요. 덜 중요한 정보는 약간 더 작게 쓰는 것만으로도 정보의 강약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2) 예측 가능성(Anticipation) "다음엔 무엇이 나올까?"
UX 라이팅에서는 항상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예측 가능한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현재 페이지까지 유입되었고, 다음 단계로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지 확인하여 고객이 원하는 결과 페이지로 이동되도록 도와야 합니다. 뜻밖의 결과에 재미를 느끼는 고객도 일부 있겠으나 대부분 실망하거나 답답함을 느낍니다. 기대했던 결과를 찾지 못한 고객은 결국 이탈하고 말 것입니다.
3) 맥락(Context) "지금 고객의 상황은 어떠할까?"
고객이 처한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고객이 현재 페이지에서 어떤 생각을 할지 고민하여 상황에 알맞으면서도 명확한 선택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만약 지금까지의 고객 여정 흐름과 무관한 어떤 행동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문제 상황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고 무엇을 해야 할 지 알려주는 것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상황 파악이 우선이므로 감탄사나 죄송하다는 문구도 절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4) 공감(Empathy) "모든 고객을 위한 글쓰기"
일부 고객이 아닌 모든 고객을 위한 글쓰기입니다. 특정 그룹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심플하고 평범한 언어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관용어나 유머를 사용할 때 소수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면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공감의 핵심은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인데요.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면 각 언어의 문화에 따른 표현이 필요합니다. 사이트에서 언어 변경 시, 그 나라의 문화 특색이 드러나도록 사려 깊게 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2. 브랜드 VOICE & TONE 기준 정하기
UX 라이팅에는 정해진 원칙이나 공식이 없습니다. 위에서 다룬 애플의 기본 원칙 또한 UX 라이터들이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정립한 관점에서 제시한 원칙인데요. UX 라이팅을 담당하고 있다면, 우리 기업 브랜드의 특색에 알맞게 보이스앤톤 기준을 정하면 됩니다. 참고해 볼만한 사례로 네이버 LINE의 전주경 UX 라이터는 저서 '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에서 가장 중요한 UX 라이팅 원칙으로 정확성, 간결성, 일관성을 꼽았습니다.
1) 정확성(Clear)의 원칙
만약 우리 사이트에 유입된 고객이 미로와 같은 정신 없는 표지판에 길을 잃었다고 상상해 보세요. 고객은 분명 여정을 중지하고 영구적으로 이탈할 것입니다. 서비스에 불신을 갖게 된 고객은 거의 회복불능에 가깝습니다.
✅ 틀린 정보는 한 톨도 남김 없이 걷어냅니다.
✅ 고객이 알아야 할 정보는 충분히 제공합니다.
✅ 여러 상황에 쓸 수 있는 범용 문구는 지양합니다. (복붙하기 좋은 문구일수록 고객이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간결성(Concise)의 원칙
짧은 글은 유용합니다. 풍부한 정보가 함축된 데다 가독성은 높기 때문인데요. 라이터 입장에서는 가장 내공을 들여 써야 하는 어려운 글이기도 합니다. 핵심은 남기고 군더더기는 과감히 빼는 훈련히 필요합니다.
✅ 단문(주어와 동사 하나로 구성된 문장) 표현이 가장 좋습니다. 복문은 끊어서 표현하세요.
✅ 카피가 노출될 지면의 사이즈를 고려합니다. (배너, 팝업 등 작은 화면의 가독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 기계적 절단 '...'으로 표시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3) 일관성(Consistent)의 원칙
일관성이 떨어지면 상품(또는 서비스)의 신뢰도를 해치게 됩니다. 브랜딩 측면에서도 보이스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UX 라이팅도 마찬가지입니다. 일관성이 떨어지면 서비스 이해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 핵심 개념은 일관되게 서술합니다.
✅ 같은 개념을 라이터에 따라 다른 단어로 사용하는 일을 방지합니다.
✅ 이질적, 현학적인 표현은 고객에게 불쾌한 기분을 줍니다.
✅ 서비스 규모가 확장될수록 라이터가 많아질수록 UX 가이드를 만들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화면을 마주할 고객을 떠올리며 "무엇을 말할 것인가?" 먼저 고민해 보세요. 그런 다음 이것을 우리 브랜드의 보이스앤톤에 따라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우리 브랜드 고유의 뛰어난 UX 라이팅은 '무엇을 - 어떻게'에서 시작됩니다.
2편 콘텐츠에서는 VOICE & TONE 가이드의 실전 사례를 살펴보고 UX 라이팅에서 고려해 볼 점들에 대해 나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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