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앞으로 '브랜딩'이라는 말, 쓰지 맙시다."
이것은 실제로 어느 스타트업 CEO가 마케팅팀에 외친 일갈이었습니다. 그는 '브랜딩(Branding)'에 대해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지만 아웃풋을 측정할 수 없는 '허상(虛像)'과 같다고 여겼습니다. 고객 행동을 유도해 매출을 얻는 '마케팅 활동'은 승인했지만, 브랜드를 신뢰하고 좋아하도록 심리적 동기를 구축하여 반복된 재구매를 하게 만드는 '브랜딩 활동'은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매출을 가져오지 못하기 때문에 전혀 유용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활동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미국마케팅협회 최고상인 '에피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해리 벡위드(Harry Beckwith)가 전하는 뚜렷하고도 효과적인 브랜딩 전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시리즈 미리보기 👀]
① 뾰족하게 잘 깎은 마케팅 전략
② 전혀 모호하지 않은 브랜딩 전략 (→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어요!)
③ 설득의 정점, 잘 팔리는 웹사이트 전략
크고 단순한 브랜딩 프로세스
일부가 아닌 전체를 보면, 브랜딩 활동의 당위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대중화 : 여러 채널에 노출하여 대중에게 우리 브랜드를 친숙하게 만듭니다.
2️⃣ 깊은 인상 : 인지도를 높은 후, 캠페인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줍니다.
3️⃣ 평판 쌓기 :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면, 이를 기반으로 좋은 평판을 쌓아 나갑니다.
4️⃣ 반복 : 1️⃣~3️⃣ 과정을 일정 주기에 따라 반복합니다. 이것이 바로 브랜딩입니다.
나이키 사례로 살펴볼게요. 나이키는 올해 2024 파리 올림픽 시즌에 맞춰 다소 과격한 톤의 광고를 공개했습니다. 'Winning isn’t for everyone. (승리는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라는 메인 카피를 활용해 미치광이에 가까울 정도로 승리를 향한 강한 집념을 부각했는데요. 과거 광고에서 도전 정신의 숭고함을 말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였습니다.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승리를 염원하고 열망합니다. 나이키는 잠재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쟁취하는 승리의 짜릿함과 독보적 운동 능력을 강조한 것입니다.
최근 실적 악화로 고전 중이었던 나이키는 이와 같은 과감한 광고와 올림픽 공식 후원을 통해 올림픽 특수를 제대로 누렸습니다. 웹 트래픽 모니터 업체 시밀러웹 조사 결과, 아디다스 등 경쟁사를 제치고 높은 웹사이트 트래픽과 구매 전환 효과를 얻은 것입니다. 나이키가 200만 명의 방문자와 8만 명의 구매 고객을 얻을 사이, 아디다스는 53만 명의 방문자와 3천 명의 구매 고객밖에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올림픽 동안) 메인 콘텐츠로 고정해 놓은 광고 영상에는 6천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요. "나이키가 돌아왔다!"라는 애정 어린 댓글은 1천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공감을 얻었습니다. 올림픽이 폐막하고도 나이키 주가는 2007년 이후 12거래일 연속 상승이라는 최장 연속 기록을 다시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나이키는 이미 대중화된 브랜드입니다. 그럼에도 매년 새로운 광고 캠페인으로 고객 앞에 섭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끊임없이 생산해 고객의 입에 오르내리고, 행동을 유도하고, 평판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을 이렇게 주기화(Periodization)하는 것이 바로 브랜딩 활동입니다.
마케팅에 브랜딩 끼얹는 3가지 방법
때때로 마케터는 마케팅 활동에 브랜딩 요소를 가미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합니다. 신규 고객, 방문자 수 증대라는 KPI만 쫓아온 마케터에게 브랜딩은 다소 난해한 어떤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요. 마케팅 캠페인에 브랜딩을 끼얹어 전략의 깊이를 더하고 매력도를 높이는 3가지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
해리 벡위드는 마케팅 캠페인에 디자인 원칙을 접목하면, 브랜딩 요소가 가미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디자인은 가능한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사업의 정체성도 반영되어야 합니다.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작업이지요. 마케터가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할 때 디자인 원칙 4가지를 고려한다면, 캠페인 소재는 더욱 고도화될 수 있습니다.
✅ 아름다운가? : 광고든 상세페이지 섬네일이든 캠페인 소재가 최소 5명의 진심어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인지 살펴보세요. 아름답지 않은 것은 소재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세요.
✅ 분명한가? : 단 한 명이라도 "이게 무슨 뜻인가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고객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카피와 이미지를 활용해야 합니다.
✅ 단순한가? : 어수선한 요소, 즉 사족을 제거합니다. 군더더기 때문에 한눈을 팔게 되면 캠페인 전략은 성공할 수 없으니까요. 전략이 드러날 수 있도록 그 외의 모든 불필요한 요소는 삭제해야 합니다.
✅ 정직한가? : 디자이너는 오직 사용 가능한 저작물을 활용합니다. 마찬가지로 마케터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포함하지 않았는지 재차 확인해야 합니다. 고객을 오직 후킹하기 위해 다소 과장된 표현을 쓴다면, 진실을 확인한 고객에게 큰 실망감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2) '고도화된' 이미지 활용하기
카피로 승부를 보려는 마케터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해리 벡위드는 이를 뒤집는 예시 하나로 우리를 설득합니다. 벽에 '개(dog)'라고 쓰인 글씨보다 개 그림을 본 사람이 개를 더 오래 기억한다는 사실로요. 해리 벡위드는 글과 함께 이미지를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똑같은 이미지라도 어떤 이미지가 더 효과적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규정할 수 있는 이미지 : 고객이 우리의 이미지를 보았지만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이미지가 무엇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뜻입니다. 푸른색, 네모, 그리고 글씨. 이렇게 뭉뚱그려 말할 수 있는 수많은 마크와 이미지가 있지요. 고객이 우리가 사용한 이미지를 뭐라고 부를지 애매하다면, 이미지를 활용했더라도 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 식상하지 않은 이미지 : 강남구 언주로 거리에 동그란 헤어 스타일의 비숑 프리제 세 마리 사진이 크게 걸린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너무나 귀여운 강아지들이고 사진이 선명하여 꽤 인상적입니다. 뭐 하는 곳인가 싶어 건물의 다른 벽면을 살펴 봤더니 강아지 미용 교육 학원이었습니다. 반려견이 없는 사람조차 호기심을 느끼게 할 정도의 매력적인 이미지였지요. 많은 사람들이 상업용 이미지에 길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식상한 이미지로는 관심을 끌 수 없습니다. 특색 있는 남다른 이미지여야 행동을 유도합니다. 스토리텔링 요소가 가미된 이미지라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3) 브랜딩 카피의 법칙
애플(Apple)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본 적 있나요? 애플은 대부분의 페이지에서 극도로 말을 아끼는 인상을 줍니다. 슬로건 같은 한 줄 카피로 많은 것을 표현하려 하지요. 해리 벡위드는 애플이 이 같은 단순함으로 혁신성을 드러낸다고 설명합니다. 고객의 시간을 아끼는 카피로 제품의 매력을 극대화한다는 것이죠. 이처럼 세계적인 브랜드는 그만의 특별한 카피라이팅 방식을 고수합니다. 브랜딩 카피를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문장 수집 : 잘 쓴 카피라고 생각되는 문장들을 습관적으로 수집해야 합니다. 이 카피들을 리스트업 해두면, 브랜딩 카피를 작성해야 할 때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브랜드와 비슷한 결을 가진 다른 업종의 브랜드 또는 우리가 모델링하는 기업의 카피라이팅은 모니터링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매년 새로운 캠페인 광고 슬로건을 공개하기도 합니다. 예의주시해야 할 브랜드들이 어떤 단어와 어조를 주로 채택하는지 분석해 놓으면, 우리의 브랜드 카피 방향성을 잡는 것이 쉬워집니다.
💡 기대 심기 : 마케팅 카피의 어조는 지면과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바뀔 수 있습니다. 브랜딩 카피는 조금 다릅니다. 공중에 붕 뜬 구름처럼, 이상향 또는 지향점에 해당하는 어떤 곳에 자리하는 역할입니다. 그래서 '고객에게 어떤 기대감을 선사할 것인지' 고민하여 그 부분을 카피화해야 합니다. 해리 벡위드는 "남다른 기대감을 안겨주면 고객은 실제로 그렇게 느끼게 된다"라고 말합니다. 인식이 감정을 좌우한다는 말인데요. 브랜딩 카피를 통해 고객이 우리의 서비스를 훌륭하리라 기대하면, 서비스 경험 후 만족감도 그만큼 올라가게 됩니다.
이어지는 3편 콘텐츠에서는 구매 전환의 최종 관문, '웹사이트' 전략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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