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익숙한, 리테일 미디어📺
‘3세 장난감’ 검색 결과 영상 소재의 리테일 미디어 광고가 노출된다. (출처 = 아마존)
아마존에서 '3세 장난감'을 검색하면,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노는 영상과 결합된 상품 배너 하나가 검색 결과 페이지 중앙을 가로질러 노출됩니다. 검색 결과로 나열된 여러 제품 중 단연 시선을 끌지요. 쿠팡에서 '바캉스 여름 원피스' 또는 '스투시 반팔 티셔츠'를 검색하면, 첫 번째 검색 결과에 스폰서 광고가 표시됩니다. 이것이 바로 '리테일 미디어(Retail Media)'입니다. 리테일 미디어란 아마존, 쿠팡과 같은 리테일(유통사) 기반의 이커머스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웹사이트와 앱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용어는 낯설지만 알고 보면 익숙한 광고 상품인데요. 리테일 미디어의 광고 공식은 간단합니다. 리테일사에서 웹사이트와 앱 내에 광고 인벤토리(지면)를 만듭니다. 브랜드(입점 셀러 또는 판매자)는 광고주가 되어 인벤토리를 구매하죠. 고객이 방문하면 취향, 관심사,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 등 데이터에 따라 광고가 자동 노출됩니다.
미국 시장분석 전문 기업인 인사이더 인텔리전스(Insider Intelligence)는 리테일 미디어를 두고 "검색 엔진(제1의 물결)과 소셜 미디어(제2의 물결)에 이은 디지털 광고 업계 제3의 거대한 물결"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찬사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리테일 미디어가 리테일과 입점 브랜드(셀러), 고객에게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인데요. 먼저 리테일의 경우, 광고 사업을 통한 마진 높은 수익을 얻게 됩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BCG(Boston Consulting Group)1)에 따르면 대부분 소비재의 마진이 20~40% 수준에 머무르는 반면 리테일 미디어는 최소 70%에서 최대 90%의 마진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브랜드는 리테일사의 정확한 고객 데이터 기반으로 한 정교한 타겟팅 광고로 매출 전환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서드파티 데이터(3rd Party Data) 지원 중단으로 SNS 광고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은 타겟팅 성과가 높은 채널에 대한 니즈가 있었습니다. 리테일 미디어는 구매 의지가 확실한 고객에게 적시에 광고를 노출하기 때문에 광고이지만 정보로 인식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고객 역시 검색 노력을 줄이고 필요한 아이템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쇼핑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중고 신인' 리테일 미디어가 급부상하는 이유🤔
국내에서는 최근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리테일 미디어는 사실 '중고 신인'에 가깝습니다. 2022년 서베이2)에서 미국 마케터의 82%가 리테일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을 정도로 미국에서는 이미 대중화되었는데요. 그 시작은 2012년 아마존의 자체 광고 플랫폼 '아마존 광고(Amazon Advertising)' 론칭이었습니다. 이 사업을 시작한지 8년 후인 2020년, 아마존은 미국에서 구글, 페이스북에 이어 3위의 광고 플랫폼으로 도약했지요. 리테일 미디어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아마존은 2023년 기준, 전체 리테일 미디어 시장의 75%를 점유 중입니다. 2023년 광고 매출은 470억 달러(한화 약 62조 원)로 2022년 대비 24.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테일 미디어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서드파티 데이터의 지원 중단 여파가 컸습니다. 애플(Apple)의 쿠키 수집 제한으로 메타(Meta) 등 SNS 광고 효율이 크게 감소했는데요. 구글도 부분적으로 서드파티 데이터 수집을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서드파티 데이터에 의존한 광고 상품들이 이전처럼 큰 성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입니다. 반면, 리테일 미디어는 리테일사가 보유한 고품질의 퍼스트파티(1st Party)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고, 관심사에 따른 타겟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력한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웹사이트 접속 중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여 적시에 노출하면 전환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회의 빛일까, 도전의 그림자일까?✨
리테일 미디어의 국내 현황은 어떠할까요? 앞서 사례로 거론된 쿠팡은 국내 업계 중 리테일 미디어에 가장 두각을 보이는 기업입니다. 쿠팡은 검색 결과 페이지, 상품 상세 페이지, 메인 페이지 등 페이지별로 다양한 타겟팅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3,000만 명이 넘는 월간활성사용자 수3)를 보유한 쿠팡은 방대한 양의 트래픽과 데이터 자산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수익화하고 있습니다. 아마존과 제휴를 맺고 있는 11번가도 리테일 미디어를 적극 활용 중입니다. 관심사에 따라 상품을 추천하는 ‘포커스클릭’과 고객 데이터 기반으로 자동 타겟팅하여 광고를 노출하는 ‘브랜딩 광고’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11번가는 자사 지면 외 쿠차, 에누리, 다나와 등 제휴 파트너사의 웹과 앱 지면에도 노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롯데 유통군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리테일 미디어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롯데멤버스 산하에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RMN, Retail Media Network) 부문을 신설해 맞춤형 광고 솔루션 등 사업 모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리테일·이커머스 기업들도 리테일 미디어에 손을 뻗고 있는데요. 정교한 타겟팅이 가능하고 전환율이 높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광고 상품임에는 분명하지만 몇 가지 한계점도 보입니다.
1️⃣거대 플랫폼의 독점 또는 과점이 될 가능성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와 식료품 소매기업 크로거 등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미국의 리테일 미디어 시장은 아마존이 거의 독식하고 있는 수준인데요. 이것은 리테일 미디어가 대규모 트래픽과 고객 데이터 분석 역량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래픽과 데이터를 제대로 다룰 수 없는 기업은 리테일 미디어 시장에 진입할 수도 없어서 국내 시장 역시 독과점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2️⃣수요와 공급의 밸런스 문제
광고 인벤토리와 광고주 수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광고가 너무 많아도 고객 구매 경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무한정 광고 지면을 늘릴 수는 없지요. 광고가 고객 여정에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형식과 위치를 신중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또한 광고 지면은 준비되었는데 광고주 수요가 충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열린 시장처럼 보이지만 아무나 성공할 수 없는 시장일 수 있습니다.
3️⃣차별화를 위한 리소스 투입
국내 여러 기업이 리테일 미디어를 시작했거나 준비 중인데요. 리테일 미디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활용 데이터와 타겟팅 측면에서 독보적인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보유한 고객 데이터 특성에 따라 높은 성과를 보장할 수 있는 상품 또는 다른 리테일 미디어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고도의 기술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또 다양한 광고 형식을 제공하여 광고주들의 선택 폭을 넓혀야 합니다.
리테일 미디어는 ‘디지털 선반’이라고도 불립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물리적 선반과 비슷한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고객의 시선이 머무는 순간을 캐치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리테일 미디어가 어떻게 성장할지, 일부 기업의 독과점을 넘어 새로운 변화를 끌어낼지, 플래티어 블로그도 계속 관심 있게 지켜보겠습니다.
출처 :
1) BCG, How Retail Media Is Reshaping Retail, 2022 P2PIQ Trends Report 2022
2) P2PIQ Trends Report 2022
3)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2024 상반기 모바일 앱 사용자 수 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