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는 사뭇 다른 한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미국과 한국의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이하 블프)가 왜, 무엇이 다른지 알기 위해서는 미국의 블프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 유래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블프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11월 4번째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열리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말합니다. 미국의 소매업체들은 이날 최대 90% 할인이라는 말 그대로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제품을 처분하는데요. 미국에서 블프는 연중 가장 큰 쇼핑 행사이며, 이 기간 미국의 평균 지출 금액이 연간 소비액의 20%에 달할 정도로 파급력이 큽니다1).
미국의 백화점과 아울렛, 소매업체들이 블프에 파격적인 할인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대부분 직접 제품을 도매로 구매해서 판매하는 '유통사'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유통사들은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대량 구매합니다. 그리고 블프 시즌에 재고를 처분하여 1년 가까이 보관해 온 제품을 빠르게 판매하고, 현금을 확보하여 다음 시즌의 새로운 상품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재고 관리와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 원가에 가까운 할인도 불사하는 것이죠.
우리나라 블프의 시작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로 국내 경기가 침체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행사였습니다. 처음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실시했다가 2016년에 공식적으로 '코리아세일페스타'라는 이름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주로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 유통업체의 주도로 진행 중인데요. 한국과 미국 블프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의 블프가 미국과 같은 대규모 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거대한 영토로 물류에 비용이 많이 듭니다. 미리 대량 구매를 하는 것도 이를 최소화하기 위함인데요. 반면 우리나라는 작은 국토 면적에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상품 가격이 이미 최적화된 상태입니다. 결국 미국과 같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코리아세일페스타🤔
한국형 블프의 인지도가 있지만, 대중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 주최 기업별 다른 명칭
코리아세일페스타는 2019년부터 정부 주도 행사에서 탈피에 민간 업체가 자율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최하는 기업에 따라 행사명이 다르게 만들어 진행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신세계그룹은 ‘쓱데이’, 롯데유통군은 ‘롯데레드페스티벌’,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 패밀리위크’, 무신사는 ‘무진장 블프’ 등으로 자신만의 세일명을 앞세웠습니다. 이처럼 차별화한 행사명으로 자체적인 마케팅 파워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가 치열한 상황인데요. 고객 입장에서는 기업마다 다른 행사명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고, 하나의 행사로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2) 매년 달라지는 일정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은 매년 달라집니다. 이는 정부가 매년 참여 업계 의견을 반영하여 기간을 조정하기 때문인데요. 2023년에는 11월 11일(토)부터 11월 30일(목)까지 열렸고, 2024년에는 11월 9일(토)부터 11월 30일(토)까지 진행됩니다. 문제는 기업들이 정부가 정한 일정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레드페스티벌’은 11월 2일부터 11월 12일까지 진행됐고, 현대백화점의 패밀리 위크는 11월 9일부터 그룹사 브랜드별로 각기 다른 일정에 특가전을 열었습니다. 이렇게 일정이 매년 변동되는 행사는 고객에게 뚜렷이 각인되기 어렵습니다.
3) 특색 없는 할인 경쟁
11월은 추석 연휴와 연말 축제 사이에 낀 기간으로 국내에서는 전통적으로 소비가 약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소비 진작을 위해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가 만들어진 것인데요. 미국의 블프만큼 특급 할인가를 기대할 수 없고 중국 광군제2) 처럼 특별한 히스토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특색 없는 할인 경쟁이라는 냉소적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파격 할인이라서 구매가 이득이라는 이성적 논리도,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등 감성적 접근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각개전투 속 필승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블프를 11월의 쇼핑 찬스로 생각하고 있고, 더 나은 혜택을 제안하는 브랜드에게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커머스와 백화점 등 업체들이 블프 이벤트를 매년 기획하고 있는 것인데요. 단 한 번이라도 블프 프로모션을 진행해 본 적 있다면,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가 생각보다 꽤 많은 것을 알려줄 텐데요.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추출하고 분석하면 좋을지 정리해 봤습니다.
✅ 블프 기간 전후의 일별 매출액 확인!
10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일별 매출액을 확인해 보세요. 어느날 매출액이 껑충 뛰어오른 일자가 있다면, 그 기간에 어떤 이벤트가 있었고 무슨 이유로 흥행했는지 확인합니다. 매출액의 상승 그래프를 그리는 기간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올해 어떤 기간을 블프 프로모션 기간으로 정하면 좋을지 최적의 시기를 선별해 보세요.
✅ 블프 기간 전후의 상품 키워드 확인!
어떤 상품이 많은 인기를 얻었는지, 키워드 검색량을 확인해 보세요. 그 시기에 특히 사랑받는 아이템을 발굴해 블프 기획전을 꾸릴 수 있고 특가전 품목을 리스트업할 수 있을 거예요. 내부 데이터가 부족하다면 네이버 데이터랩 등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키워드 검색량 확인 툴이 있어요. 대조해 보면서 고객이 관심 있어할 상품군으로 준비해 보세요.
✅ 가장 반응이 좋았던 광고 소재 확인!
대형 프로모션 기간에는 정말 많은 수의 광고 소재를 다양한 채널에서 활용합니다. 어떤 광고 소재가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는지 확인한다면, 그 광고 소재 속에 숨겨둔 마케팅 전략도 재활용할 수 있어요. 클릭을 많이 유도한 소재, 구매 전환이 많이 일어난 소재 등 소재별 특장점을 추출해 효과 좋은 광고 소재를 발굴할 수도 있어요.
+추가 TIP)
다양한 소통 채널 활용을 고려하세요!
지난해 ‘이굿위크’라는 블프 행사를 통해 전년도 대비 286% 더 많은 판매액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린 29CM는 블프 기간 총 3번의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하며 고객 소통을 강화했어요. 무신사 역시 행사 기간 크리에이터 ‘뷰티풀너드’와 함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1시간 만에 약 3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는데요. 우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온드미디어 채널 중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시간대별, 채널별 고객 반응도를 분석하며 캠페인을 계속 고도화하면 어떨까요?
1) ‘블랙프라이데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은? | 사례뉴스, 2021
2) 광군제는 중국의 한 대학교에서 11월 11일, 솔로(광군, 光棍)의 날 실시한 솔로 축제를 계기로 2009년 알리바바 마윈 대표가 솔로의 외로움을 쇼핑으로 극복하자는 모티브로 광군제 이벤트를 시작했다. 알리바바가 예상외의 큰 성공을 거두자 중국 내 다른 온라인 플랫폼도 동참하면서 지금의 광군제로 자리매김했다.